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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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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11-12 21:14 조회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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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한숨

윤정화의 심리칼럼

화성신문/기사입력:2015/11/11[16:52]

윗사람으로부터 호출이 들어왔다.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상사는 미안한 표정과 각오하라는 표정으로 나에 커피를 권한다. 나는 깊은 한숨을 가슴 깊은 곳으로 밀어 넣으면서 침묵을 지켰다.

 

아직도 한창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자녀가 있고 몸이 약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가 있다. 가장으로서 이대로 회사를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막막하고 앞이 캄캄하다. 회사에서는 직원감축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힘들다며 나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며 압박을 가한다. 50세 전후의 친구들 고민은 너나할 것 없이 퇴직을 고민하는 압박을 받는다고들 수근거린다.

 

가장 힘든 것은 아직도 경제적인 부담이 들어 가야하는 자녀양육과 가정경제에 대한 불안정이 있는 시기이다. 비슷한 연령의 회사동료들은 각자가 고민들이 많다. 어떤 친구는 가장으로서 목숨을 걸고 회사에 버티어 보겠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이미 이직준비를 했다며 다니던 회사에 고개도 돌리지 않겠다는 친구도 있다. 또 다른 친구는 50이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면 무얼 하고 먹고 살아야하는지 막막하다고 한숨만 쉬는 친구도 있다. 

 

나는 아직 회사에서 이러한 명예퇴직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내가 60세까지 직장생활 한다고 굳게 믿었는지 더 좋은 집을 구해 편안한 노후를 보내겠다며 열심히 부동산을 돌아다닌다. 아마도 내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면 아내는 쓰러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아내는 나를 무시하고 무능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편하게 나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철없는 아내도 밉고, 회사에서 나를 명예퇴직 하라고 밀어내는 상사도 싫다.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홀로 조용히 살고 싶다. 만약 나 혼자의 몸이라면 구차하게 회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가장이다. 아내와 자녀의 미래에 생존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다. 가장이라는 것이 나의 어깨의 짐으로 다가오고 이것이 내 가슴을 짓누르는 짐보따리처럼 느껴지면서 내 자신이 이 짐보따리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심정도 있다.

 

아내와 자녀는 결코 짐보따리가 아니라 함께 동행하는 가족이며 동역자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일수록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나누며 어깨의 짐을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갖고 고민하는 것은 이미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최고의 가장임에 가족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이제라도 가족과 함께 어려운 짐을 나누는 것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가장의 모습이다. 


의기(義氣)가 남자를 만든다. 옷이 남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T. 폰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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