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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는 행복했던 아이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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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9-13 21:01 조회7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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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9. 6)

 

“미안해! 너는 행복했던 아이가 맞아”

 

8세 이전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그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야 했기에 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위하여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아주 먼 지방인 할머니댁으로 보내졌으며 몇 달에 한번정도 부모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지금은 40대 중반이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때부터이며 초등학교 입학이전 기억은 거의 없다.

 

할머니댁으로 보내지면서 나는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부모님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착한아이가 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를 보러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몇 달 만에 오시는 부모님에 대한 기다림으로 나의 감정을 매일매일 꾹꾹 잘 참는 아이로 변해갔다.

 

나는 친구를 집에 데려와 함께 놀고도 싶었고 내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졸라 보고도 싶었지만 할머니가 힘드실까봐 그리고 우리집이 아니니까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저 내가 착하다고만 하셨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도무지 알지 못하셨다.

 

내가 필요한 것은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나도 엄마 아빠가 계신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 이었고, 나도 예쁜 필통 사고 싶고 학교에서 칭찬받은 것을 엄마 아빠한테 자랑하고 싶은 것 들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러한 나의 마음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셨고 그저 내가 잘 자면 좋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가 밤에 “어서 자라” 그러며 얼른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고 할머니의 말씀을 아주 잘 따르는 아이가 되었다.

 

이제 돌아보면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님이 내게 주신 따뜻한 사랑에 대한 배신감으로 8세이전의 기억을 내 스스로 지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 날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겠지만 이전의 사랑이 너무나 커서 할머니댁으로 보내진 것에 버림받음을 경험하였으며 트라우마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배신감은 곧 8세 이전의 기억상실로 이어졌고 나는 결코 행복한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로 생각과는 다른 감정의 자리를 차지하여왔다. 이에 내 마음에 자리잡은 버림받음의 절망감에는 위로가 필요하며 그 자리에 “미안해! 너는 행복해던 아이가 맞아!”라는 지지가 필요하다.

 

해야 할 것을 하라. 모든 것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동시에 특히 나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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