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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몸에 달고 있는 고추 나한테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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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9-13 20:59 조회7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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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8. 23)

 

“네 몸에 달고 있는 고추 나한테 주라”

 

맏딸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남동생과 차별받는 것 딱 하나가 있었다. 여자는 공부하면 팔자가 거세어지니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얌전히 있다가 시집가라는 말이었다. 남동생에게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라며 당신 몸이 부숴져도 좋으니 있는 힘껏 돈을 벌어 아들을 돕겠다고 하셨고 아들의 학업을 위해서라면 집안재산 다 팔아서라도 공부하도록 도와주신다고 했다.

 

사춘기 시절 나는 아버지가 안 계실 때 남동생을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남동생에게 “네 몸에 달고 있는 고추 나한테 주라”고 했다. 나는 남자의 상징인 그 고추만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남동생은 겁에 질려 소리를 크게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고 나는 남동생을 붙잡으려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때 대문 안으로 아버지가 들어오셨고 남동생은 아버지 뒤에 숨어 따라들어 왔다. 아버지 뒤에 숨은 남동생이 괜히 미워 두고 보자고 노려보면서 나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는 아버지가 계시는 방안으로 들어가 나도 공부하고 싶다고 아버지께 무릎 꿇고 빌었다. 아버지는 단호하게 “계집애는 안 된다.”고 했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하고 중학생시절과 고등학생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내 얼굴에서는 좀처럼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삶의 즐거움도 없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녔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내 존재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 삶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와 박사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내가 직장생활하면서 공부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셨다. 그리고 나는 박사학위를 받는 날 아버지를 졸업식장으로 초대했다. 그날 아버지의 한 말씀은 “미안하다”였다. 나는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미안하다”라는 그 한 마디로 마음의 모든 섭섭함이 눈 녹듯이 녹았고 아버지께 나의 박사모를 씌어 드렸다.

 

비록 아버지의 ‘여자는 공부하면 팔자가 거세어진다’는 왜곡된 가치관으로 나의 꿈을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버지가 나의 존재를 있게 해 준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더 이상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를 향한 공격보다 나 스스로 나를 위한 학업의 길을 선택하였다. 이것은 결국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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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입니다. -마이클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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