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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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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7-01 23:56 조회7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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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하면 안 된다”

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6. 28)

화성신문 기사입력: 2015/07/01[09:27]


동네 어른들이 한방에 모여 뿌연 담배연기와 더불어 화투를 두드리는 소리가 좁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그곳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도 계신다. 

 

시간은 깊은 밤이 되어서 졸음이 쏟아지고 온 몸은 방바닥을 향하지만 편히 누울 공간이 없다. 

 

나는 좁은 방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만 빼꼼이 내밀고 괜찮다는 표정으로 힘들다고 말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다. 

 

밖에 있는 화장실 볼일을 보러 가고 싶지만 화투를 치는 어른들의 등이 벽을 가득 메우기에 내가 지나가면 어른들이 등을 숙이는 수고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소변 볼일을 참고 또 참았다. 

 

한번은 화장실 볼일이 급해 벽에 등을 기대고 살금살금 지나가다가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는 어른들을 방해한다며 화를 버럭 내셨고 나는 그만 소변을 바지에 싸고 말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화투를 치다가 돈을 잃는 날엔 어김없이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나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며 눈을 흘겼다. 

 

나는 하루하루 나 때문에 부모님이 불평하지 않는 밤이 되기를 바라면서 유아기와 아동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나는 방안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자세에 정성을 기울여 최대한 예의바른 아이로 앉아 있었다. 

 

어른들의 화투놀이에 방해 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리고 바르게 아주 예의바르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성인이 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예의바른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예의바른 모습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이후 결혼을 했고 남편은 나에게 외롭다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예의바르고 올바른 자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찌해야 될지 사실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남편이 원하는 식사나 집안 청소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남편이 나로 인해 외롭다는 것은 잘 모른다. 

 

나도 내 마음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내 마음 한구석이 늘 답답하고 허전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남편의 입에서 내 마음과 똑같은 말을 하면서 자신이 답답하고 허전하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아내는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경험된 자신의 예의바름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것은 부모님의 화투놀이에 방해를 하면 안된다는 것으로서의 부모님의 뜻에 맞추어 줬다.

 

이때 경험되는 어린아이는 화장실을 가고 싶고, 담배연기에 눈이 따갑고, 방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싶다는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다보니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보다는 자신이 미리 배우자를 판단하고 결정해 내 배우자가 원하는 것은 이러한 예의바름일 것이라고 앞서 결정하고 맞춰주는 삶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배우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맞춰줌이 된다. 그렇게 되면 배우자는 마음과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아 배우자의 마음이 답답하고 허전하게 된다. 

 

이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서로의 마음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진정한 부부관계가 된다. 

부부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기를 서로 원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와 사이가 나쁘면 다른 사람들과도 사이가 나쁘게 된다. - 발자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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